™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하루NA] (11) 반가운 소식들

카잔 2009. 10. 7. 22:27

10월 7일.
반가운 소식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오니 반가운 소식 몇 가지가 날아 들었다.
그중 나를 가장 기분좋게 한 것은 와우팀원의 취업 소식이었다.
두 명의 20대 청년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기뻤다.
오늘 한 명을 만나 밥을 사 주며 축하해 주었다.
지난 주,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덥수룩한 머리에
코받이도 떨어진 안경을 쓰고 나갔었는데
오늘은 머릿칼도 자르고 안경점에 들러 부러진 부분도 고쳤다.
곧 회사에 들어갈 녀석에게 최대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도가 잘 전해지진 않은 것 같다. 어쨋든 식사를 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고생했다. 축하한다."
축하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럴 때에는 듣기 싫은 말이 떠오른다. '경상도 사나이'.
이 말은 적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뱉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의 얘기, 그의 부모님과 누이 얘기를 한참 동안 들었다.
즐거운 이야기도 있었고,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니 좋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인가, 했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간다는 얘기들.
하고 싶은 일을 잠시 접고 취업하기로 결심했다는 팀원의 이야기.
우리는 가을에 한 번 만나야 하지 않겠냐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만나고 싶은 이들이 있으니 마음이 넉넉했다. 그들 모두 평안하기를.

어제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한 친구와 식사를 했다.
취업했으니 자기가 쏜다며 맛난 식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의 2009년은 멋진 해였다. 세 가지 좋은 일이 있었다.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책을 출간했으며, 좋은 직장에 취업했기에.
그는 이전보다 안정되어 보였고, 그의 잘됨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음은 나를 기쁘게 했다. 질투가 아니라 기분 좋음이라니.
예전엔 분명 질투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게 점점 꿀맛같은 기쁨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내 마음 속엔 고약한 구석이 많고,
들키면 부끄러워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일도 많이 저지르지만
내 삶의 어느 한 대목이 성장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것으로 못된 구석까지 합리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어떻게서든 살아갈 힘과 희망이 있다는 것이 즐겁고,
그 희망이 나만의 합리화가 아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제 오늘의 기쁜 만남에 이어 오늘밤, 또 팀원의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카페 대화창을 통해 전해 진 소식은 그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선생님이 되겠다는 결심, 그 결심을 가족 모두가 지원해 준다는 이야기.
지금 다니고 있는 괜찮은 직장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의 결심은
놀랍고 반갑고 나를 조금 흥분시키는 소식이었다.
익숙한 것들과 과감히 결별한 용기와 자신감이 그를 더 멋진 곳으로 데려가 주리라 믿는다.

이제 나의 기쁜 소식을 전할 차례다. 지난 주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다. 
운영자와 카페지기인 내가 함께 진행하는 모임이고, 늘 행복감을 주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최상의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괴로웠다.
원인은 이렇다. 나는 내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강연이 술술 흘러가지 않을 때, 조금이라도 그런 기색이 느껴지면 스스로 말어먹는다.
참가자들이 지루해할까봐 나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고 서둘러 끝맺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간을 빌려 쓸 만큼의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에 미안해진다.
 
첫 책을 출간하기 전, 원고를 연구원 동료들에게 보여 주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지만
'나의 책 정도로 그들의 시간을 투자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한 명에게도 부탁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무어 기쁜 소식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허나, 나에게는 정말 기쁜 소식이다.
방금 서술한 원인을 깨닫게 된 것이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건강하지 못한 생각이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자신의 생각과 믿음이 곧 현실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원치 않은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주의깊에 살펴보지 못했다.
어떻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가 궁금하지만 탐구하려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그 시각으로 나를 보려는 노력.
나의 이런 건강하지 못한 모습은 어렴풋이 나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과 캐내고 싶은 호기심이 나의 내일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니 기쁜 마음이다. 

와, 매일 매일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 찬 인생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는 진지하고 명랑하게 살아갈 것이다. ^^


[오늘만세]

상실이나 고난을 당하면 두 가지의 세계를 정돈해야 한다.
하나는 내면 세계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축소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직면해야 한다. 인생이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배워야 한다.
실연한 사람이 한번쯤 그 일을 돌아보며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 세계다. 그것이 가져온 변화된 환경을 얼른 추스려야 한다.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필요한지를 묻고 필요하다면 새로 구입해야 한다.
실연한 사람이 그의 물건을 볼 때마다 아파하면서 치우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성향에 따라 어느 한 가지만 행한다.
그러면 배움이 줄어들고 아픔은 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 
얼마 전, 중요한 물건들을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며 다독였다.
흠뻑 울었고 외면하기 위해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괜히 바빠지려 하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한 일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다. 조만간 정리할 듯. ^^

오늘부터 변화된 외부 세계를 추스리기 시작했다. 
구입할 것들은 구입하고 없어도 되는 것들은 포기했다.
핸드폰은 구입과 포기 사이에서 꽤 고민을 했다.
이 놈만큼은 결정을 못해 내일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저런 행동을 하고 나니 기운이 솟는다. 오늘 만세다. ^^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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