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친구에게 (1)

카잔 2010. 2. 22. 09:46

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이 글은 아마 너에게 전해지지는 않을 거야.
친구야, 라고 쓰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분 전까지만 해도
너에게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난 그저 <짜증 섞인 하루>라는 글을 블로그의 전면에 두는 건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글 하나 쓰고자 '글쓰기' 버튼을 눌렀을 뿐이야.
불현듯 '친구야'라는 말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저 진솔한 이야기 몇 마디를 쓰는 데 대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고.

난 잘 있다.
사실, 누군가가 내게 잘 지내냐고 물으면
자동적으로 머리가 돌아간다.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나?'하고.
나의 더듬이는 분위기와 상대방의 표정을 캐치한다.
'그는 나에게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인가?'
나의 머리와 더듬이는 소심하고 예민한 편이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보다는 '덜' 얘기하곤 한다.
원하는 것보다 '더' 얘기하는 것보다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덜' 하게 된다. '더' 얘기하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문제는 내 얘길 듣기 원하는 이에게는 '덜' 하게 되고,
원하지 않는 이에게는 '더' 하게 되는 센스 없음이지. 하하하.

그래서 나는 오늘 가상의 '너'에게 편지를 보낸다. 
네가 원하는 것보다 내가 말을 더 많이 하든지, 말을 덜하게 되든지
너는 항상 나에게 맞춰진 가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련다.
말하자면, 내가 너에게 맞출 필요가 없으니, 너는 무척이나 편안한 수신인이다.
내가 말을 많이 하면, 너는 많은 것을 듣고 싶어한 친구가 되는 것이고,
내가 말을 적게 하면, 너는 나의 이야기를 조금만 듣고 싶어한 친구가 되는 것지.
그래서, 나는 늘 너의 필요을 잘 채워주는 친구가 되는 것이고. 하하하. 복잡하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잘 지내고 있는 대목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목도 있다.

잘 지내고 있는 대목은 와우팀장으로서, (예비) 작가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모습이다. 
와우팀은 이제 곧 7기가 출범할 것이고, 와우팀원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변화되고 있지.
나는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기쁘고, 나 역시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져서 좋아. 
와우팀원들과 함께 한 모든 일들은 훗날에 더욱 큰 의미가 될 것이라 믿어. 
요즘엔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도 조금씩 추진하고 있어. 
며칠 쉬긴 했지만, 다음 책의 원고에도 (느린 속도로) 손을 대고 있어.
산만함을 날려 버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 올해 중에는 다음 책을 춮간할꺼야.

삼촌과 동생에게서 점점 더 깊은 친밀함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아주 만족스런 대목이야.
요즘 대구에 내려갈 때마다 삼촌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 참 좋다.
그것은 친구 상욱이와 삼촌이 동업을 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더욱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지.
친구 만나러 가도 삼촌이 계시고, 집에 가도 삼촌이 계시니까 말야. ^^
그러고 보면,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성장과 변화도 중요하지만,
물리적인 현실을 개편하는 것을 간과해서 안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돼.

잘 지내고 있지 않은 대목은 와우팀장으로서, (예비) 작가로서, 
그리고 강사로서,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이다.
와우팀장으로서의 나를 들여다 보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와우팀장의 역할은 상담도 아니고, 코칭도 아니고,
멘토링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생각해 봐라. 내가 멘토라니. 하하.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만은 없기에 와우팀은 내게 힘겨운 도전이다.
허나, 그 도전은 나의 비전을 포함하고 있고,
나를 성장시킬 도전이기에 '위대한 도전'이라 부르고 싶다.

작가로서의 모습에서 글쓰는 속도가 더딘 것은 나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지.
어쩌면 그것은 '내가 써 낸 글이 허접하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인지도 모르겠다.
글 하나 쓰고 나면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
'이 글은 완전 뻔한 내용인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해서 어찌 한 권의 책이 될 만한 분량을 써 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생각들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대책보다는 한 숨만 나오니까. ^^

강사로서의 나, 이 영역은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 헷갈린다. 
2009년도부터 의도적으로 강연을 줄여가고 있거든.
2, 3년 전보다 확연히 강연 횟수가 줄어들었지. 
와우팀과 글쓰기에 집중하려는 마음으로 의도적으로 강연을 줄인 후의
일상 생할은 두 가지 점을 제외하면 더욱 만족스럽지.
만족스러운 점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읽고 싶은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고
누군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날이 많아진 것 등이야.
올해 들어서 하루 온 종일 와우팀원과 함께 한 날이 이틀이었고,
4시간 이상을 함께 보낸 것도 지금 바로 기억나는 것도 4, 5회가 되네.

만족스러워진 점에서 제외된 두 가지 점도 말해야겠구나.
하나는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 "강사님 한 달에 강연은 얼마나 해요?"라는 질문이다.
분명히 강연 수입은 줄어들었어. 이건 예상했던 것이니 그나마 OKay.
그런데 강연 횟수를 묻는 질문은 살짝 피하고 싶더라구.
강연 횟수가 곧 강사의 명성으로 연결될 터인데, 나는 많이 하지 않으니 말야.
한 달에 12회 강연으로 제한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5~6회 정도의 강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만난 이들에게 할 땐 괜히 부연설명을 하곤 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

(불만족스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잘 하지 못한 대목에 강사로서의 일을 넣은 것은
올해 들어, 강연일지를 꼬박꼬박 적겠다는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지난 강연을 돌아보는 과정은 필요한 일이 분명한데, 자주 빼먹곤 한다. 내게는 재미 없더라.
이것은 내일을 바라보며 새로운 것을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겠지.
과거를 들여다 보는 훈련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성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을 말하자면 부끄러울 지경이다. 
새로운 공동체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교회를 바꾼 건 아니야)
함께 하기로 한 친구가 여행 등으로 3주 연속으로 함께하지 못해서 나까지 좀 방황하고 있다. 
내 잘못이 분명하니 그의 탓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 드리고 한 예베를 홀로 드리면서 예배 시간을 바꾼 결정에 대하여 고민한 게지.
부끄럽다고 말한 것은 기도와 말씀, 신앙 서적 읽기 등 모든 신앙 생활이 게을러졌지 때문이야. 
간간히 갖게 되는 경건의 시간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읽는 것이 요즘 신앙 훈련의 전부네.

이렇게 너에게 하나 둘 이야기하다 보니
내 안에 나누고 싶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강연을 통해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말야.
강연에서 하지 못하는 까닭은 나를 거짓으로 포장하고 감추어서가 아니라,
나에게는 참 중요하지만 그들에겐 사소한 것들이기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이지.
와우팀원들과 만나면, 이야기의 중심은 그들의 꿈과 고민이기에
이런 시시콜콜한 나의 이야기를 나눌 만한 시간은 많지 않고 말야.
결국, '친구야'라고 시작한 이 글은 너의 안부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나의 안부와 이런 저런 일상을 나누려고 쓴 글인 셈이네. ^^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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