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한 시간 만에 자신감을 얻는 법

카잔 2012. 7. 6. 12:47

 

월요일 아침, 카톡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일주일의 시작을 새벽같이 열었다는 말은 없었지만, 월요병을 안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직장인의 피로감 대신 여유로움을 한 모금씩 음미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커피 한 잔과 한 권의 책을 찍은 사진이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멋지게 일주일을 시작했다.

 

그를 따라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여태 실천하지 못했다. 인생의 중요한 교훈들은 뒤늦게 도착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는 일에 게으르기 때문일 것이다. 앎과 이해는 다르다. 이해는 시간 혹은 경험과 함께 온다. 잘 안다고 착각하며 살다가, 시간이 지나거나 혹은 체험을 할 때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나는 앎이 아닌 이해를 추구하며 산다.  

 

오늘, 금요일 아침엔 비가 왔다. 과일과 씨리얼을 먹으며 책을 읽는데 그의 사진이 떠올랐다.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시계바늘은 7:53분을 가리키며 멈춰선 듯 했지만, 마음의 시간은 분주하게 흘러갔다. 얼른 카페에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서 끝물은 차게 하여 머리와 얼굴에 부었다. 탈모 예방의 준칙이다. 머리는 차갑게!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프리랜서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터뷰집이라 하기엔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고, 보고서라 하기엔 다양한 문헌 조사가 없는 책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에 공감하기엔 괜찮으나, 직접 몸으로 뛰어들 수 있는 지침을 주는 책은 아니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제목 공개도 PASS!

 

사실 내게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었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오늘은 그저 내가 생각한 대로 하루를 꾸려갈 수 있는지 실험해 보는 중이니까. 내 생각은 곧잘 사생아가 된다. 세상에 얼굴 한 번 내밀지 못한 채로 머릿 속 깊숙한 어두운 곳에서 사라져 버린다. 아직은 아니야, 라고 생각하거나 더 좋은 때를 기다리는 완벽주의가 그 사인이다.

 

'가슴' 속에서 직관으로 잉태된 열정과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이성이라는 이름하에 생명력을 잃고 시들해져버리는 모습을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내 안에 생명력이 있는가 하면, 파괴력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스릴을 느낀다. 누구나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과 퇴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졌고, 우리는 순간마다 둘 중의 하나를 키워간다.

 

오늘은 노트를 한 권 들고왔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움베르트 에코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노트다. 책표지 이미지를 그대로 빌어온 노트를, 나는 꿈의 일기장으로 쓰련다. 제목은 '와우 다이어리'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지만, 가상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누군가가 노트를 펼치자마자, 내 꿈의 목록과 실천여부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 와우!

 

사실 노트의 이름은 중요치 않다. 와우든, 우와든 상관없다. 하지만 와우~ 와우~ 는 감탄사로 생각될 테지만, 우와~ 우와~ 는 자칫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로 이어질 수 있으니, '와우'로 결정했다. 노트를 펼쳐서 첫 기록을 했다. 나는 지금, 어제 만난 이가 꿈일기를 쓴다길래 그를 따라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6월말에 작성했던 2012년 하반기 목표들을 와우 다리어리에 옮겨적었다. 적으면서 목표 몇 가지를 추가했다. 욕심이 앞서나간 듯 하지만 그만큼 열정이 더해지기도 했다. 약간의 흐뭇함(목표가 정해졌군)과 얼마 간의 회의(해낼 수 있을까?)를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 뿌듯함이 있다. 목표를 세워서가 아니라, 생각했던 대로 여유로운 차 한 잔의 시간을 즐겼으니!

 

삶의 기쁨과 에너지의 근원은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비록 한 시간일지라도 자신이 그 시간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면, 기분좋은 힘을 얻을 테니까. 자신감이란, 일상의 크고 작은 승리를 쌓여갈 때 얻어지는 것이다. 한방에 찾아든 자신감은 단번에 날아갈 수 있지만, 꾸준함으로 얻어낸 자신감은 우리 곁을 맴돌며 시마다 때마다 우리를 돕는다.

 

나는 오늘 아침, 자신감 한 웅큼을 쥐었다. 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 대로 보낸 덕분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의 삶이 멋져 보이면 따라해 보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시간을 내어 잠깐만이라도 읽으면 된다. 실천은 바로 지금, 작은 것,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머지 않은 날에 크고 중요한 것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내일도 자신감 한 웅큼을 더 집어들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시간에 깨어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카페에서 일과를 시작해야겠다. 잘 보낸 아침 시간이 하루의 기분과 에너지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살펴보면서 말이다. 30분이든, 한 시간이든 그 시간동안 자신을 온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신감과 기분좋음을 얻는다. 나는 일상의 작은 성취를 삶의 진보라고 믿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