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오랜만의 성찰을 하고서

카잔 2015. 7. 27. 19:05

 

금토일 3일이 폭풍처럼 지나간 느낌이다. 드센 바람이 불어 나의 일상이 힘들었다는 뜻이 아닌데도 폭풍이라는 단어를 쓴 까닭은 홀로 있을 시간이 희소해졌을 때의 내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폭풍처럼 지나갔다가 아니라 폭풍처럼 지나간 느낌이다고 썼다. 첫 문장을 쓰기 전 나는 살다 보면 정말 폭풍처럼 지나갔다고 표현할 만한 힘든 일이 있겠지하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는 작년에 친구를 떠난 보낸 직후의 날들이 떠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월요일 늦은 오후다. 최근 며칠을 되돌아본다.

 

금요일은 점심식사부터 와우 10기와 함께 하기 시작하여 파주 여행을 함께 했다. 헤이리 예술마을을 둘러보고 출판단지 내 지혜의숲도서관까지, 우리는 다소 지적인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 서가를 다니며 와우들과 이런저런 책 이야기는 나눴다. <승정원일기> 수백 권이 진열된 서가에서 과거, 사료, 역사서, 교양서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 순간은 기쁨이었다. 함께한 이들이 GLA <역사란 무엇인가>를 청강한 분들이라 지적 공감대를 느꼈던 까닭이리라. 우리는 회의실에서 늦은 밤까지 서로의 기질을 두고 토론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다.

 

토요일은 7월 와우 수업을 했던 날이다. 8시에 눈을 떠서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940분부터 밤 1130분까지 와우들과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탐구하는 중이다. 수업이 더해질수록 희미했던 자기이해가 선명해졌다. 모두가 이번에 발표한 분들에 대해서 지난달보다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리라고,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그가 정직하게 노력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를 이해하게 된다. 서로 이해를 주고받는 감격의 순간이다. 1215분에 집에 들어섰다.

 

일요일 오전, 나는 피곤했다. 피곤하리라고 예상했음에도, 나는 오후 약속을 둘이나 잡아 둔 상태였다. 이 날 말고는 달리 만날 시간이 없었다. 요즘 주중에는 다소 바쁘게 보내는 중이다. 두 개의 만남에 좋은 컨디션으로 참석하고 싶어서 오전 프랑스어 수업을 포기했다. 같은 이유로 잠이 오지 않았음에도 잠시 잠을 청했다. 덕분에 점심 약속은 그나마 좋은 컨디션으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는 와우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와우에 대해, 고민에 대해, 성장에 대해... 나는 그리 잘 들어주지 못한 채로 기대사항만 늘어놓았다. 리더답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잠시 애일당에 들렀다. 3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잠시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서였다. 나는 15분 낮잠의 효과를 신뢰한다. 15분 동안의 쉼이 졸림과 피곤함을 극적으로 쫓아낼 때가 많다. 극적이지 않을 때에도 경미하게나마 효험이 있고, 설사 잠에 빠져들지 못한 채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인데도 긴장이 완화되기도 한다. 나는 20분 알람을 맞춰 두고 눈을 붙였다. 20분 후 일어나 강남역으로 향했다. 나를 선생이라 부르는 20대 청년과 나와 동갑인 30대 후반의 미소년 같은 사내를 만냈다. 오후 6시에 만나 5시간 남짓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자정이 갓 넘은 시각에 귀가했다.

 

모처럼만에 활동적인 날들을 보냈다. 어젯밤에 막걸리를 한 병 반 정도 마셨던 터라 오늘 오전에는 몸이 무거웠다.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대개 열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척척 진행시키곤 하는 날이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오후 3시까지 푸욱 쉬었다. 오후에 가방을 챙겨 나의 공개 작업실 카페 블랑으로 왔다. 바쁘게 보낸 3일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에 편안한 안정감이 찾아든다. 이런저런 단상도 떠올라 아래에 정리해 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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