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 그녀와 나는, 친구 같은 사이다. 나이야 내가 조금 더 많지만, 오랜 시간 속마음을 나누고 허울 없이 지내다 보니 만나면 무척이나 편안하다. 그녀는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와의 관계를 두고 고민 중이다. 처음에는 호감을 갖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단점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더 나은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마음을 뺏기고 있다.
그녀와 난 닮은 구석이 있다. 연애에 관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닮았다. 결혼을 로망으로만 생각하는 환상과 끊임없이 더 나은 파트너를 찾으려는 욕심이 그렇다.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마음속에 서현과 결혼하기를 꿈꾸는 마음이 있다"고. 여전히 마음속의 공주님을 상상하고 있는 마음인데, 그녀는 바로 이해하고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래요."
나처럼 환상과 욕심이 결합되어 나의 현실은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큰 실수를 저지른다. 결혼이란, 인생의 선물처럼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심하면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마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포함한 인간관계는 당연한 선물이 아니라, 배려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관계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벤트처럼 일회성의 순간적인 노력이 아니라, 습관과 태도로 굳혀질 정도의 평생에 걸친 노력이어야 한다. 고통이나 부담이 생길 때만 노력하다가 문제가 해결되면 노력을 중단하는 식으로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관계'는 평생 노력할 만한 가치다. 좋은 관계는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선사한다.
그녀도 연애 초반엔 노력했다. 지금은 환상과 욕심이 생겨 노력을 일시중지한 상태다. 나는 그녀가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는다. 그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할 것이다. 다만, 좋은 인간관계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위한 노력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와 난 의무와 책임보다는 보상과 특권에 관심이 가지곤 하니까.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너그럽고, 쉬이 상처받지 않은 건강한 자존감은 그녀의 장점이다. 반면 앞서 말한 환상과 욕심이 그녀의 연약함이다. 이리 살아도 한 평생, 저리 살아도 한 평생이고, 나의 생각이 정답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녀에게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권하는 까닭은 혹시 나처럼 후회할까봐서다. 그녀의 행복을 생각하다 보니 잔소리를 하게 된다.
나는 환상과 욕심으로 30대의 4년을 진중한 연애 없이 보냈다. 결혼 대상자와만 교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바람에(이 점에서는 그녀와 나는 다르리라), 연애를 시작조차 못한 것이다. 20대에는 나와 꽤 어울리는 연인과도 결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적 파트너에 대한 나의 환상 때문이었다. 내가 저지른 수많은 실수 중 하나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결혼을 현실과 로망의 조화로 받아들였고, 상대방의 조건을 좋아하는 것과 사랑은 별개라는 사실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고, 평생 그를 사랑하겠다는 의지이고,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이라는 나름의 사랑관도 생겼다. 문득, 이십여 년 전 좋아했던 노래가 가슴을 친다.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지. 서로의 조건들을 좋아하고선 이게 사랑일 거라고.
때로는 자신을 숨기며 드러내는 모습을, 사랑을 위한 미덕이라 여기지.
자신의 거짓된 욕구를 위한 이별에는, 참된 사랑이란 미화를 하지.
그래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거야.
이승환 3집 앨범에 실린 <사랑에 관한 충고> 라는 노래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만 필요한 것인데,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닐 것이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쉬이 알아보는 법이니까.) 좋은 것 중에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노력 없이는 주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사랑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사랑은 힘써 노력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사랑이 넘치는 인생은 행복을 보장하니까.
나도 그녀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를, 빈다.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 My Story > 아름다운 명랑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능, 영혼의 힘 그리고 나눔 (4) | 2012.07.05 |
---|---|
참석여부를 묻는 연락에 대한 예의 (2) | 2012.05.17 |
"당신 없인 못 살 것 같애" (4) | 2012.05.09 |
건강관리, 너무 늦지 않으시길! (8) | 2012.05.08 |
열정적 아마추어로 살았던 날들 (8) | 201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