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세월따라 사람도 변한다

카잔 2015. 8. 26. 18:02

1.

오랜만에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1박 2일 취업캠프 중 제가 첫 번째 시간을 맡았네요. 담당자가 무슨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주제의 흐름을 고려했지 싶습니다. 제 강연 주제는 '인문학'인데, 이를 제외하면 모두 취업을 위한 스킬 교육이더라고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렇잖아도 생뚱 맞은 주제인데, 캠프 끄트머리에 위치했더라면 무슨 부록이나 별첨 또는 깍뚜기 같잖아요. 설사 그랬더라도 저는 또 몇몇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인문학의 힘에 대하여 역설했을 테고요.

 

인문학 강연을 할 때마다 저는 인문학의 비실용성을 고백함으로 시작합니다. "인문학은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인문학 입문서라 자칭하는 책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면 리더가 되고 천재가 된다고 하지만 실상 인문학은 실용적이지 않고, 인문학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훨씬 중요하고 긴급하죠. 그럼 인문학은 불필요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문학만의 유익이 있습니다. 인문학은 실용적이지는 않지만 완전히 무시하고 살면 한번씩 우리 발목을 잡는 문제들을 다룹니다. 이를 테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 말입니다."

 

오늘은 학생들이 귀를 기울입니다. 저는 기분좋게 말을 이어가고요. "우리는 실용적인 문제들을 중시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동시에 비실용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될 겁니다. 구직 활동은 결국 자기 이해와 직업 세계 이해의 교집합을 찾는 일입니다. 어느 것을 준비하는 게 더 실용적일까요? 그렇습니다. 후자가 더욱 실용적인 유익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이해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자기 적성에 맞지 않은 공부와 일로 고민하는 일이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삶에는 비실용적인 면이 있고, 때로는 그것이 더욱 중요해지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1분 정도만 글로 옮겼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이렇게 2시간을 진행했는데, 참 많은 말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종료 시간을 4~5분 앞두고 강연을 끝냈습니다. 3명의 학생이 질문했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서둘러 맺었네요. 뭇다한 이야기가 아쉽고, 내 말을 줄이고 질의응답 시간을 더 늘렸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은 후회가 듭니다. 한편으로는 질문으로 이어진 강연이니, 그럭저럭 선방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강연을 하면 저도 많이 배웁니다. 오늘 제가 배운 것들은 이렇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