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강정호의 부상을 바라보며

카잔 2015. 9. 20. 14:12

관련 기사를 읽으니 목구멍이 뜨거워집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강정호 선수의 부상 말입니다. 복귀까지 6~8개월이 걸린다는데, 부디 스프링 캠프때부터는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상을 입힌 상대 선수의 페이스북은 한국 팬들과 일부 미국 팬들의 테러를 당했더군요. 나 역시 속이 상합니다. 매일매일 그의 타석 주요 장면을 관람하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었거든요.

 

올해 그 기쁨이 물건너 갔기 때문에 속상한 것은 아닙니다. 강정호가 만난 불운이 아픔과 상실을 야기할 터이기에 안타까운 거지요. 신인왕 경쟁도, 포스트 시리즈 출전도 모두 물건너 갔습니다. 제게도 상실의 아픔이 많아서인지 그의 불운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정작 그는 덤덤히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선수를 두둔하더군요. "코클란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고,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을 거예요."

 

국내 팬들의 비난은 거셌습니다. 한편으로 속이 시원하고 이해도 되는 일입니다만, 일부의 폭설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글란의 페이스북은 많은 미국인들도 드나드는 곳이니 팬들의 반응 역시 강정호의 품격에 걸맞기를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강정호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를 뛰는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인물이고요.

 

강정호를 생각하면 코글란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지만, 또 강정호를 생각하니 함부로 욕설을 내뱉기가 힘들어집니다. 한국과 미국의 야구 문화가 다르니까요.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민훈기 기자가 이번 사태를 합리적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기사를 썼더군요. (아래 링크 참조) 민훈기 기자는 『박찬호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라는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해설위원입니다.

 

http://sports.media.daum.net/sports/column/newsview?gid=110326&newsId=20150919100602809

 

요지는 미국 야구는 한국보다 훨씬 공격적인 슬라이딩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정호 부상은 그런 미국 야구 문화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강정호가 국내 리그를 뛰고 있을 때 그를 지켜본 미국 스카우트들의 보고서에 관한 언급도 사태 파악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병살타구 처리할 때의 부상 위험도를 언급했더군요. 강정호는 이런 문화 차이를 몸으로 느꼈기에, 상황을 탓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반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프로 선수들에게 부상은 항상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운동 생활의 복병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현재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고요. 롯데 자이언츠의 김민하는 아직 주전이 아닌데, 1군으로 콜업되자마자 최금강 투수의 공에 맞아 부상을 입고 맙니다. 7월 1일의 일이고, 이후 아직까지 경기 출전을 못하고 있죠. 강정호만큼 유명한 선수가 아니기에 이처럼 회자가 되지는 못했죠.

 

삼성 라이온즈의 조동찬은 2년 전에 LG 트윈스의 문선재와 충돌하여 부상을 당했습니다. 2013년 여름의 일인데, 9월 기사에 의하면 조동찬은 올해도 출전이 힘들다고 합니다. "하루 빨리 야구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라고 인터뷰한 것이 올해 7월인데, 그의 마음은 '하루 빨리'지만, 한해 겨울을 더 보내야 한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정호를 향한 관심의 일부가 여러 다른 부상 선수들에게도 전이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슈퍼스타급 선수든, 백업 선수든 부상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일개 팬으로서는 관심을 덜 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타급 선수의 사고는 반향을 일으킨다는 점을 주목해야겠지요. (신해철 씨의 분통 터지는 사고는 의료 과실과 의료사고 소송의 부당함을 환기시켰고, 강정호의 부상 역시 과격한 슬라이딩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다 불가피하게 부상을 입힌 선수들의 심정도 헤아리고요.

 

조동찬은 손찬익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팬들께 부탁드릴 게 있다. 나에 관한 기사가 나올때면 문선재(LG)를 향한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지는 게 늘 미안하다. 이제 선재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강정호 선수 역시도 우리의 부정적 댓글이 지나칠 경우 비슷한 말을 하지 않을까요? 고의적인 행동이라면 마땅한 비난을 받아야겠지만, 인격을 지닌 해당 선수들의 마음과 스포츠 문화의 차이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