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차하고 들어온 그녀는, 먼저 자리잡은 동행들과 합류했다. 두 명은 이미 빵 한 접시씩 들고오는 중이었다. 그때 젊은 여자 점원이 다가와 정중히 부탁했다. "죄송하지만, 저기 카운터에서 계산부터 하고 드셔야 하는데요." 항상 총무를 담당하는 듯한 여자가 지갑을 들고 일어났다. 커피를 뽑고 있는 직원의 등에 대고 말했다. "저기요, 계산할게요." 직원이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계산은 저쪽 카운터에서 하시면 됩니다." 카운터는 둘이 대화를 나누는 곳에서 5m 옆쪽에 있었다.
계산을 끝내고 자리에 앉은 세 여자는 빵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유일한 직장인 B가 빵 속에다 치즈를 넣으며 말했다. "얼른 먹자. 배 고파." 친구가 B에게 물었다. "어제 저녁엔 뭐 먹었어?" "별로 못 먹었어. 피곤해서 그런지 입맛이 없더라." 빵을 입에다 넣기 직전에 일행이 말을 받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래." B가 검지손가락으로 허공에 점을 찍으며 화답했다. "정답이야! 피곤하면 그렇지." 셋은 50분 동안 먹는 얘기, 드라마 얘기, 자기네들 아이 얘기를 각자 내뱉다가 헤어졌다. 그들이 떠난 테이블에는 구겨진 티슈와 10개의 잔이 뒤섞여 있었다. 미처 못 다 먹은 두 개의 빵도.
B는 회사로 향했다. 10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 그녀는 출근 전에 동네 친구들과 나누는 가끔씩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얼마간 날렸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개선하거나 진단하지는 못했다. 절제하지 못하는 생활습관과 남 탓부터 하는 사고방식은 그녀의 오랜 타성이었다. 그녀에게 오후 5시는 하루 동안의 직장 스트레스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다. 상사가 5시 30분에 일 하나를 주었다. 상사라면 으레 행하는 짓이었지만, B의 내면은 불평불만으로 가득 찼다.
90분 후면 식사시간이지만 서랍에서 초코바를 꺼내어 커피와 함께 먹고 마셨다. 짧은 즐거움을 느꼈다. B는 잠시 후의 저녁 식사는 음미하지 못했다. 친구에게 불평을 털어놓느라, 초코바가 선사해 준 칼로리 때문이었다. 게다가 현미보리밥은 친구가 좋아하는 메뉴였다. 밥 그릇을 비운 친구가 반쯤 남은 B의 밥을 보며 물었다. "다 먹은 거야?" B는 정답을 내놓았다. "너무 피곤하면 입맛이 없잖아. 내가 요즘 그래." 그날 밤 10시 40분 B는 입이 심심했다. 배가 출출하기도 했지만 몸보다는 입이 음식을 원했다. B는 간식을 먹었다. 덕분에 위는 밤새 활동을 해야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