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 환자처럼 새벽에 깨어나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녔다. 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했다. 괴테와 카프카가 이리 오라 손짓했고 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니얼 퍼거슨의 이야기에 한참동안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훌쩍 세 시간이 지났다. 그새 십오만 원이 사라졌다. 지갑을 홀라당 다 털리기 전에 별안간 뛰쳐나오면서 생각했다. 누가 범인이지? 서점일까, 시간일까 아니면 지름신일까? 더 이상 캐묻지 않고(소크라테스 선생의 양해도 구하며) 다짐과 설렘을 즐기련다. ‘3월엔 열심히 읽어야지!’
이것이 '나'라는 사람의 삶인가 보다. 환자처럼 책을 구입하고 멀쩡한 듯 합리화하고 다짐을 난무하는 비이성적인 일상! 그나저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사태 파악을 못한 채로(아니면 제대로 파악해서인지) 나는 지금 배시시 웃고 있다. 아무래도 중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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