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일상의 여유, 친구 그리고 아내

카잔 2008. 7. 18. 17:05


#1. 두유 한 잔의 여유

오랜만에 두어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사실 이것도 친구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R&D 모임을 연기하였기에 생겨난 시간이다. 일주일 내내 강연을 했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부터 시작될 강행군이 두려워(^^) 미리 몸을 사리는 차원에서 친구에게 다음 주에 만나자고 부탁했다. 고맙게도 친구는 OK 했고, 나는 내 영혼이 KO 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어젯밤 강연 준비로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서 조금은 피로하지만 나는 여유 시간을 즐기기 위해 카페 데 베르에 왔다. 이 곳에서 두유 한 잔을 시키고 두 시간 째 여유를 즐기고 있다. 참 오랜만에 친구와 채팅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네이트에 로그인했더니 오랫 동안 만나지 못했던 후배가 말을 걸어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일주일에 한 번, 3~4시간 정도는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친구와 채팅도 나누고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그냥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것이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나를 즐겁게 만드는 이런 시간을 자주 놓치게 된다. 일이 이런 시간들을 잡아 먹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럴 때 나의 영혼은 조금씩 시들어간다.

창 밖,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낀 하늘... 도로 변의 가로수를 쳐다 본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에게 전화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또 한 명이 떠올랐다. 며칠 전이 그녀의 생일이었는데, 결혼한 친구이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축하 인사를 하고 싶었다. 반갑게 받아주는 친구... 참 많이 반가웠다. 남편 이야기, 예전 친구들 이야기... 곧 둘째를 낳는다는 얘기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건강해라. 자네도.. 아가도...

#2. 보고 싶은 친구들

영혼에 생기가 도는 기분을 아시는지? 아주 들뜬 상태는 아니다.
그것은 뭔가 꿈틀거리는 기운이 감도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시력이 좋아진 듯 세상이 보다 뚜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삶이란 원래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른 아침 꽃잎에 이슬 맺힌 것을 볼 때처럼 싱그러운 기분이 드는 것, 이것이 영혼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세상 살 맛이 느껴진다. 그저 보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인데... 오랫동안 전화를 하지 않아 미안해서 전화를 못 했더니 그로 인해 더욱 오랜 세월을 연락 못하고 지냈던 친구들. 그들 중 몇몇과 전화 통화를 했을 뿐인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떤 까닭일까? 친구들과의 통화 후, 나의 영혼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어려워 연락을 못했었는지. 보고 싶은 친구들.
40분 남짓 몇 명의 친구들과 통화를 했다. 핸드폰 주소록을 뒤져 마음이 가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던 게다. 통화를 모두 하고 난 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마음을 다하여 친구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정적 순간에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

내가 전화를 했던 사람들은 한 때 모두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거나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 친구가 그립고 그 때 주고 받았던 애정이 그리워 자신있게(^^) 전화할 수 있었다. 당시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더라도 마음을 주고 받지 않았던 친구들의 전화번호는 잘 눌러지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만나고 있는 친구와 사람들에게 한껏 애정을 주면서 살아간다면 보고 싶을 때 마음껏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리라.

문득, 여러 친구들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음이 무척이나 감사하게 여겨진다. 그들 모두 내가 한 때 아주 좋아했던 친구들이다. 비록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생각이 나면 그들의 안녕을 빌어주는 친구들이다. 사는 게 힘들지는 않지만,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기에는 꽤 팍팍하다. 추억과 그리움은 그 팍팍함 어딘가에서 살고 있나 보다.

#3. 삶이라는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 배우자

삶이라는 여행을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배우자일 것이다. 오늘은 나의 이런 감정들을 나의 아내에게 얘기하고 싶다. 이불 속에 누워 잠들기 전, 어릴 적 친구들이랑 통화한 내용과 이 느낌을 아내에게 말해 주고 싶다. 언젠가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자고 아내에게 얘기하고 싶다. 눈이 감길 때쯤엔 홀로 나지막히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잠들고 싶다.

친구 녀석 한 명이 결혼을 한댄다. 축하 전화를 하며 부러움이 느껴졌다.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딱 한 부류다.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다. 하하. (군대에 있을 땐 두 부류였다. 전역하는 사람들과 결혼하는 사람들. 이제 한 부류가 줄어들었으니 내 생활의 질도 많이 높아졌다. ^^)

창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저들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으리라.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내가 누리는 자유를 부러워 하리라. 집에 돌아가 홀로 음악을 들으며 침대에 가만히 누울 수 있는 자유, 휴일의 일정을 마음대로 계획할 수 있는 자유, 이번 달 월급을 몽땅 여행에 쏟아 부울 수 있는 자유.

나도 이 자유가 좋다. 그런데, 이제 자꾸만 또 다른 삶의 모양을 살고파진다. 배우자와 함께 하며 삶의 행복을 나누는 기쁨 말이다. 동료가 지난 밤 아가 때문에 잠을 못 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지도 꽤 되었다. 그 동료는 내일이면 아빠를 보고 웃는 아가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며 행복한 미소로 내게 얘기할 것을 알기에.

막역한 친구가 다음 달이면 아빠가 된다. 그러면 아내를 향한 내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질까?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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