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카잔 2018. 10. 29. 17:07

이제 막 카페에 와서 100개에 달하는 카톡을 모두 읽었어요. 집에선 인터넷이 안 되니 이런 수고를 해야 하네요. 차를 타고 5분을 달려 양수리 카페에 오는 ‘수고’ 말이죠. 조금 불편하지만 재밌는 일상이에요. 월말 며칠 동안만 겪는 불편함이니 일시적이고요. 물론 카톡을 하러 카페에 온 건 아니에요. 오늘은 인문정신 수업이 있는 날이니 외출해야 하죠.


창밖 풍광이 아름다워요. 초록, 연두, 주황, 노랑, 붉음이 어우러진 단풍들이 고즈넉하게 한강을 바라보고 있어요. 정말 그래요. 내가 단풍을 바라보는지, 단풍이 나를 바라보는지 순간 혼동될 만큼 저네들이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이런 표현은 과장이나 의인화가 아닌 지금의 제 감상이에요. 이곳에서 우리 셋이서 대화를 나누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울까요?


중고 도서로 『인생의 맛』을 구했다는 소식을 봤어요. 나까지 즐거워지는 기분이었죠.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거든요. 부담 없이 읽히는데 깊은 인문적 풍미를 만나고, 문장이 좋은 데다 또 다른 책(『수상록』) 읽기로 이끌어 주니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입니다. 게다가 분량은 또 얼마나 착해요?!


내가 읽을 책을 선택하는 일은 그야말로 즐겁고 흥분되는 일상입니다. 반면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어요. 때론 곤혹스러운 정도죠. 훌륭한 책이면 다소 어렵고(『인생의 발견』처럼) 읽기에 편하면 내용이 아쉬워요(대다수 베스트셀러 입문서들). 『인생의 맛』은 복잡한 심경을 날려 줘요. 『고민하는 힘』, 『예술 수업』 등도 그렇고요.


공부에 대한 얘기를 나눴더군요. ‘혼자 하는 공부’와 ‘인식을 열어 주는 청강’의 조화라면 공부 여정에 힘이 붙을 테죠. 답사가 가능한 공부라면 길을 떠나면 좋을 테고, 동학과 함께 대화마저 곁들인다면 공부가 깊어지고 즐거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공부를 위해 내년에는 공자의 묘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최근 『논어』를 열심히 읽었거든요.


‘책방’은 예상하신 대로 <최인아 책방>입니다. 여느 책방이면 함께 프로그램을 하자는 제안에 뜸을 들이고 늑장을 부렸겠지만 이번에는 바로 "YES"라고 대답했죠. 사부님과의 인연도 한몫 했지만, 말씀하신 대로 지금까지 참여한 분들의 면면이 훌륭하거든요. 저도 슬쩍 끼어 후광효과라도 맛보고 싶은 겁니다. 책방에서 어찌 제게 제안을 했는지 의아하기도 해요.


토요일에 책방 홀에서 독서 특강을 했는데(그날 세미나룸에서는 김상근 교수님이 함께하는 독서 토론 모임이 있었죠) 선전했지만 기분 상으로는 ‘폭망’한 느낌입니다. 논리적으로 진행하지 못했고 재미가 결여되었고 무엇보다 청중의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 경청해 주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분들께는 재미없었을 거에요.


이미 읽으시어 알고 계신 대로, 지난주부터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가꾸지 못한 곳이라 막상 첫 글을 쓰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엔 마음 준비의 문제지만 그 마음을 먹고 실행하기가 마냥 쉽진 않더군요. 마음 속 잡초를 뽑고(다음 주부터 하지 뭐), 밭을 갈아(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씨를 뿌렸어요(글을 써 올리는 일이죠).


블로그를 가꾸는 일은 상징적인 출발이에요. 일상의 변화가 비단 포스팅에만 그친 게 아니거든요. 상실의 고통이 3개월 쯤 지나니 회복되기 시작하나 봐요. 책도 열심히 읽기 시작했어요. 어제는 하루키 단편을 읽고 서평을 하나 썼어요. 주말의 여유를 빌어 단편 소설을 읽고 그에 관해 마음 가는 대로 글을 끼적인다는 게 내게는 행복이더라고요.


제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시겠죠? 이럴 땐 자진 신고가 살 길입니다. (함구한다고 해서 갑자기 죽는 건 아니지만 ‘살 길’이란 표현을 썼네요. 은근히 장난끼가 발동한 겁니다.)

『잠의 사생활』(잘 자는 법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가 흥미로웠어요), 『그리스인 조르바』(이젠 놀라지도 않죠?),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초반 1/3은 훌륭해요. 끝까지 괜찮으면 추천할게요. 자기다움이 아니라 꿈의 실현에 관한 책예요), 『반딧불이』(하루키 단편집입니다. 아주 재밌진 않으나 제겐 울림을 주네요) 등을 읽거나 읽는 중입니다. 


강원도의 여러 산들을 다녀오셨다고요? 강원도가 선사하는 숲 종합선물세트를 만끽하신 느낌이네요. 양평에선 그나마 가까운 산들인데 저도 얼른 시간을 내고 마음을 챙겨 다녀와야겠습니다. 아직은 마음이 쓸쓸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만나는 가을 풍광도 또 다른 맛과 멋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즈음이면 흔히 듣는 단풍 나들이인데(지난주에도 친구의 단풍 여행 소식을 들었거든요) 어찌 이번에는 ‘나도 가야겠다’고 결심한 걸까요? 가까운 이들끼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질 확률이 15%라고 했던가요? 친구의 친구면 6%(가물하네요)! 이 영향력은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까지 가야 소멸 된다죠?


오늘 아침 두 분이 전해 준 긍정적인 에너지와 행복의 기운에 감사드려요. 3개월 넘게 진행된 저의 불면증은 점점 떠나가는 것 같아요. 아직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수면 시간이 확실히 늘었어요. 잠을 자니 기운이 생겨요.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면 기운이 필요한데, 불면이 악순환을 가속시킨 것도 같더라고요. 더욱 회복되어 저도 행복한 마음을 나누고 싶네요.


11월에는 분명 전환의 시간이 될 거예요. 이건 느낌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그리 만들고 말 테니까요. 월초에는 인문정신 세미나(4주 희랍 고전 과정)이 시작되고 중순에는 최인아 책방 독서토론(6주 과정)이 출발해요. 월요일마다 인문정신 수업이 진행되고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으며 글을 부단히 쓸 겁니다. 이건 바로 이런 뜻입니다. “연지원이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