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불어왔다. 찢긴 구름은 천천히 대지 위를 달리며 그림자를 대지 위에 부드럽게 드리우고 있었다. 한 떼의 구름이 하늘 저쪽에서 일어났다. 태양이 구름 뒤로 들어갔다 나옴에 따라 대지의 표정은 살아 있는 얼굴처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곤 했다.”(p.39)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가 만난 구절이 1박 2일 영주로 다녀왔던 가을 여행을 상기시켰다. ‘아! 이번 여행에서는 가을 하늘 한번 쳐다보지 못했구나.’ 나는 15명이 함께 떠난 여행의 가이드였다. 후속 일정을 생각하고, 시간을 조율하고, 사람들을 챙기는데 관심을 두느라 홀로 느긋한 시간을 갖지는 못했다. 이것은 아쉬움이 아니다. 나의 정열의 부산물이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다르다. 홀로 떠난 여행은 사유할 시간을 듬뿍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