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가볍고 이것저것 짜집기해 놓은 게 많다는 이유로
일본 번역서를 읽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저 읽지 않으면 될 터인데, 짜증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감정 표현이 진솔하다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감정에 쉬이 휘둘리곤 했다.
그는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정신적인 것을 물질적인 것보다 우위에 둔다. (철학용어로 관념론자다.)
실제의 세상은 정신과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은 둘 중 하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사람은 물질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보다 우위에 둔다. (이는 유물론자다.)
관념론자는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
경박하다고, 고상하지 못하다고 그래서 답답하다고.
유물론자는 정신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
뜬 구름 잡지 말라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그래서 답답하다고.
서로가 서로를 답답하다고 한다.
정신과 물질의 조화로 이뤄진 것이 세상인데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만 해석하고 그것만 중요하게 여겨서 그렇다.
부부지간에는 각자가 정신중시와 물질중시 중 하나의 입장을 취하게 된다.
남편이든 아내든 한 쪽은 현실적인 관점으로 가계를 운영한다. (물질중시)
너무 돈만 밝힌다, 고상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지만 실제적인 가계를 책임지고 있다.
다른 한 쪽은 현실감각은 떨어지지만 가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정신중시)
오래 살아 온 부부는 안다. 처음에는 상대의 입장이 이해 안 되고 못마땅 했지만,
살다 보니 서로의 세계관이 상호 보완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음을.
물질을 중시한 쪽은 고상하진 않더라도, 집안 살림은 그로 인해 굴러간다.
정신을 중시한 쪽은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긴 하나 그의 낙관론은 삶의 해독제다.
일본의 실용서들도 물질 중시의 입장에서 보면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책들이 많다.
내가 만난 그는 자신에게 중요한 관념론(정신중시)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는 느낌이었다.
반면, 그가 추천했던 책들(몰입이나 티벳의 종교서적들)도 매주 좋은 책들이나
유물론(물질중시)의 입장에서는 모호하고 신비주의적이라는 평을 받게 될 수 있다.
요컨대, 세상은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통해 이뤄진다.
관념론은 인간이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데 탁월하다. 『논어』를 보라.
유물론은 실제로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통찰한다. 『군주론』을 보라.
관념론과 유물론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 지혜가 된다.
유물론자가 『논어』를 읽고서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관념론이 인류에게 주는 유익(이상적인 방향 제시)를 발견하게 되면 눈이 열린다.
관념론자가 『군주론』을 천박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유물론적 관점이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지를 발견하면 역시 눈이 열린다.
보이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사랑하게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관념론자가 물질적인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유물론자가 정신적인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한층 더 지혜로워질 것이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잘 이해하는 것을 증오하는 경우는 드물다.
몰라서 오해하고 오해하다 보니 멀리하게 된다.
어떤 것을 싫어하는 감정이 많아질수록 그것을 외면하고 매인다.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것이다.
알지 못하는 대상을 사랑하기란 힘들다.
잘 보이지 않는 대상을 아는 것도 역시 힘들다.
문제는 우리가 많은 것을 보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점이다.
보이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사랑(이해하고 존중)하게 될 텐데 말이다.
여기에 배움의 중요성이 있다. 배워야 보이고 알게 된다.
"널리 배우며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
앎이 밝아지고 행동에 허물이 없을 것이다." 학문에 힘쓰라는 순자의 당부다.
내가 날마다 배우려고 애쓰는 까닭은, 보게 되고 알게 되어 결국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사랑할수록 많은 자유를 누린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사랑하진 못하더라도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보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틀리지는 않더라도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지식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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