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롯데마트 입구에 진열된 행사 매대 앞을 지날 때였다. “좋은 행사에 참여하는 거라 저희가 싼 가격에 내어드리는 거예요”라는 말이 들렸다. 약장사 같지 않은 점잖은 목소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진정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왠지 모르게? 정말 몰라서 한 소리다. 말투만으로도 진실과 과장을 잡아채는 감각이 생긴 것인지 혹은 오늘따라 내가 회의적이어서인지. 그게 아니라면, 그가 유달리 들통 날 법한 어조였는지 혹은 좋은 행사와 싼 가격이라는 말이 진실인지.
나는 그가 판매하는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다. 행여 내게 필요한 물품이어다고 해도, 오늘만큼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판단은 이성이 아닌 감정의 산물이리라.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거짓된 선전도 어떤 기능을 해낸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들의 구매를 도울 테니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확신을 더할 테니까.
매대 앞을 지나치며, 나는 다짐했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가슴으로 결정하며 살아가리라고.
2.
크리스피 도넛에 왔다. 아침 미팅을 하느라 식사를 못했고(드문 일이다), 연이은 일정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더니, 상대방 사정에 의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생긴 것. 도넛은 지양하는 음식 중 하나지만 아메리카노 M 사이즈를 마시면 ‘오리지널’ 도넛을 공짜로 주기에 싼 맛에 먹는다. 오늘은 배가 고파 뉴욕치즈 도넛 하나를 추가 주문했다.
내가 받은 쟁반엔 도넛이 하나만 놓였다. “오리지널은 안 주나요?” “네, 저희 무료 행사 끝나서요.” 아차! 그렇다면 내가 여길 안 왔지! 아침 미팅 때 커피를 마셨으니 아메리카노도 작은 사이즈로 마셨을 테고. 혼잣말이다. 오늘따라 손에 든 아메리카노 컵이 대야 같다. ‘진작에 말씀 좀 해 주시지.’ 순간적으로 든 생각일 뿐, 그들에겐 그럴 의무가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행사를 진행한 만큼 계산대 옆에 이런 문구를 게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월 1일부터 진행된 오리지널 무료증정 행사는 6월 30일에 끝났습니다.” 잘못 주문한 고객에게 말할 때에도 손으로 안내문을 가리키며 “저희 행사 끝났어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나처럼 괜한 항의보다는 자기 부주의함을 탓하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3.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 그런가 보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끼적이고 있으니. 소소한 일상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얻는 게 많다. 앞서 기술한 두 장면도 마찬가지다. 1번 글을 통해, 세상에는 선전 문구가 넘쳐나고 그것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이 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해서 중요한 게 있는가 하면, 많아서 중요한 것도 있다. 살면서 자주 접하는 것들은 중요하다.
2번 글, 행사는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이 삶의 진실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은 스물 네 시간 안에 끝나고, 30일이 지나면 한 달도 끝난다. 가장 유감스러운 건, 언젠가는 삶도 끝난다는 사실이다. 예고도 없이 끝난다. 두 가지 교훈! 끝나기 전에 감사해하며 누릴 것, 그리고 끝날 때의 분노와 당황을 줄일 것. 인생엔 결국 끝나는 것들이 수두룩하니까.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3분의 2가 몸속으로 들어갔다. 달다. 써야할 커피인데 달다. 익숙해진 탓이리라. 익숙해진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삶의 편리를 높이는가 하면, 무감각하게 만들고 안주하도록 유혹한다. 때로는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것보다 좋은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 무엇이 내게 익숙한가? 그것들 중 결별해야 할 것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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