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두블루 대통령은 격무에 시달렸다. 월요일마다 어제의 휴식이 그리웠다. 어느 날 UN 회원국이 모인 자리에서 의견을 상정했다. “일주일마다 일요일을 하나 더 만듭시다. 월화수일금토일로 살아가는 새로운 달력을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순간 정적이 흘렀다. 각국 정상들의 머릿속은 잠시 멈췄는데, 제안이 어리석을 만큼 엉뚱해서인지, 멍해질 만큼 반가워서인지 헷갈렸다.
“뜬금없을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여섯 날 동안 일하고 일곱째 날에 쉬라는 성경 말씀도 모르십니까?” 기독교를 국가 종교로 삼은 나라의 대통령들이 한 마음으로 반박했다.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관습과 전통이 있다는 점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 번 쉬면 언제 일을 합니까? 세계 경제가 멈추고 말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대통령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일요일이 더 늘어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두블루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경제가 잠시 멈추면 어떻습니까?” 다만 공장을 재가동시키는 기회비용은 엄청나니 기계만큼은 계속 돌아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 “경제 발전이 우리를 항상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님을 이제 우리 모두가 압니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행복을 발전의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재조정해야 할 겁니다.” 회장의 분위기를 둘러보며 발언을 계속했다.
“사실 저는 행복이 절대가치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행복을 포기하고 배려, 용기, 진실을 선택하기도 하죠. 우리가 존경하는 간디, 마틴 루터 킹, 미테랑 대통령 등 위인들이 그런 삶을 살았고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비커에 배려, 용기, 사랑, 진실, 자유 등의 여러 용액을 떨어뜨리며 삽니다. 거기에 행복 한 방울도 필요하겠지요. 그것이 뒤섞인 걸 보면서 행복이라고 느끼는지도 모르지요. 기실 행복은 한 방울 뿐이어서 그리 진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대통령들은 생각에 잠겼다.
자기 말이 끊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두블루 대통령은 얼른 유리잔의 물로 입 안을 적시고 말을 이었다. “행복이 절대가치가 아니라고 믿는 제게는 경제 발전 역시 절대가치가 아닌 셈입니다. 왜 전진해야만 하고, 왜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나요? 제가 진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도 이리 말씀드리는 건 지금 우리가 질주하는 세계를 살고 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월화수일금토일은 황당하고 급진적 제안입니다만, 어쩌면 우리에게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한지도 모르죠.”
최초 발언 때보다는 진지하게 논의가 오고갔지만, 의미 있는 발상이었다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두블루 대통령은 얼마간의 성취감과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안고 귀국했다. ‘우리나라부터 시행하자.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좀 더 앞서가면 어때?’ 라고 생각했지만, 용기 있게 실행하지는 못했다. 종종 착상과 실행은 서로 다른 주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엉뚱한 제안은 외신을 타고 뉴스로 전파되었다.
호기심이 넘쳐나거나 실험정신이 뛰어나거나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추거나 등 소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직장과 세상은 월화수목금토일로 돌아갔다. 원한다고 해서 실행할 수는 없었지만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이들은 한 둘 존재하는 법이다. 빈둥거리던 대학생 한 명이 일주일을 두 번의 일요일로 살기로 했다. 하지만 휴일과 평일의 구분이 희미했던 그에게는 일요일의 추가가 큰 의미가 없었다.
열심히 일만 하던 자영업자 한 명이 이제 좀 쉬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월화수일금토일을 실행했다. 일상을 사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개인에게는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헐거운 바람이나 잠깐의 착상으로는 혁명을 이루지 못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추동해 온 성공 욕망이 더욱 강하게 지배했기에, 그는 늘 그래왔듯이 일요일에도 여전히 일했다. 일할 때 벌어들이는 기회비용이 아까워 쉬지 못했다. 달력에 표시한 진짜 일요일과 새로운 일요일은 모두 그에게는 근무일이었다.
월화수일금토일을 실험하여 효과를 본 사람이 나타났다. 주인공 레스트 워크 씨는 이전보다 더욱 건강해졌고 수입도 늘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근무 시간마다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일했고, 쉬는 시간이나 휴일에는 효과적으로 쉬면서 신체적 에너지와 창의성을 충전했던 사람이었다. 휴식과 일하는 시간의 경계도 분명했다. 그는 실험 삼아 휴일을 하루 더 늘렸는데, 일의 생산성과 휴식의 효과가 모두 더 높아졌던 것이다.
두블루 대통령의 엉뚱한 발상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라 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바꾸었다. 세상으로 따지면 미미한 일부지만, 개개인 또는 한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면 레스트 워크 씨는 참으로 소중한 인격이었다. 기실 그는 대통령의 발상이 없었더라도 결국엔 자기 노력으로도 잘 살았을 테지만, 두블루 대통령이 속도를 앞당겨 주었던 것이다.
레스트 워크 씨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에 남을 위인은 아니었지만 영웅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무의미한 전통과 결별하여 모험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 중년이 저물어갈 무렵부터는 자신의 지혜를 진실과 정성을 담아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했다. 그리고 여전히 두블루 대통령을 기억했다. 두블루 대통령은 평생을 인간의 존엄성과 사람다운 삶을 억압하는 것들에 저항하는 지도자로 살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