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첫 약속이 이른 시각이었다.
아침 8시, 방배역에서 만난 옛 직장 후배.
이사할 만한 집을 소개해 주며 함께 보러 가 주었다.
그는 오전 10시까지 교육에 참가해야 해서
집을 보고 난 후에 커피와 도너츠를 먹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사할 것인지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결정은 늘 힘겹지만 나를 생각해 주는 그의 마음은 따뜻했다.
오후에는 집안 정리 정돈을 했다.
오늘 밤에는 와우빙고들 2~3명이 오기 때문이다.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하룻밤을 묵을 것이다.
우리 집은 책과 문서 등으로 늘 어수선하다.
잠시 (그나마) 깔끔해지는 순간이 손님의 방문이 있을 때다.
저녁에는 다른 약속도 있어 조금 분주했지만
그래도 와우들을 맞이할 것에 대한 내 마음은 따뜻했다.
이브의 저녁 약속은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사할 만한 곳을 예약해 두고 강남역으로 이동~
그녀는 차가 밀린다 했다. 예상한 것이었다.
서초, 교대, 강남으로 오는 버스이니 서초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내가 지하철로 서초역으로 이동하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강남역 지하철은 무지 복잡했다.
서울 생활 8년 동안 본 것 중에 최고 수준이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부터 개찰구로 오르는 계단까지
발을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세 대를 보낸 후, 네 번째 지하철에 겨우 올라 섰다.
미처 내리지 못한 어느 교포(로 보이는) 청년이
마구 밀치고 탑승하는 승객들을 보며 욕을 해 댄다.
"퍼큐... 스튜피드 맨.. 솰라솰라~"
나 역시 다른 승객과 온 몸이 붙어 있어 약간의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그 때, 흘러나왔던 안내 방송은 MB를 떠올리는 착각 덩어리 멘트였다.
"저희 서울지하철은 손님의 퇴근길과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
두 정거장을 가는 내내 더웠다. 이번엔 몸이 따뜻했다. 에고.
서초역에서 만났다. 우리는 구면이다.
강연장에서 처음 만나고 오늘이 두 번째다.
오래 전부터 한 번 '뵙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저렇게 미뤄지다 보니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연말, 유일하게 시간이 되는 날이 오늘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교대역까지 걸어 근처 한적한 설렁탕 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근사하게 부페를 '즐기려던' 계획은 X-mas 이브라는 특별 상황로 포기했던 게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통하니 즐거웠다.
4시간 가까이 대화하다 헤어졌다. 다시 마음이 따뜻한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와우들이 강남으로 건너왔으려나?
(그들은 광화문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핸드폰을 꺼내 드니 와우빙고 두 명의 부재중 전화가 왔었다.
에고. 전화를 걸었다. 모두들 헤어졌다고 한다. 괜히 미안한 마음~
허나, 대부분 집에 가는 분위기라 그냥 헤어지기로 했단다.
처음엔 청소한 게 아쉬웠지만, 그건 좋은 일이네요, 라는 녀석의 말에 괜찮아졌다.
정리정돈은 기분 좋은 것이니까 말이다. ^^ 집으로 가는 길에 5명의 와우빙고들과 통화했다.
모두들 유쾌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괜히 더 기분이 좋아졌다.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날씨도 마음도 포근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으니 2천원이 툭 떨어진다. 아차.
구세군 모금함에 넣으려고 지갑에서 빼 두었던 돈인데 깜빡했네.
내일로 미뤄야겠다. 작은 돈이지만,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라도 되기를.
그들도 나처럼 따뜻한 성탄, 따뜻한 연말을 맞이하시기를...
(겨우, 2천원인데 생색이 심하네. ^^)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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