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세번째 주간성찰
1월 18일~1월 24일
#3. 황홀한 일상의 여유
우리는 곧장 분위기 좋은 곳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복층 구조의 높은 천장이 마음에 들었고, 친절한 직원들이 반겨주었다.
1층의 홀 가운데에는 사람 키 정도의 커다란 화로가 있어 카페의 겨울 운치를 더해주었다.
규모에 비해 좌석이 많지 않은데도 휑한 느낌이 없는 것은 화로와 다양한 실내 인테리어 때문이리라.
스위스 음식, 치즈 퐁듀라는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을 주문했다. 치즈에 걸맞은 와인도 함께.
아마도 호텔 연회장 등에서 본 적은 있겠지만, 테이블에 앉아 이것만을 먹기는 처음일 것이다.
퐁듀는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온 빵과 키위, 바나나, 샐러리 등을 긴 꼬치에 끼워
테이블 위에서 촛불로 따뜻하게 데워진 치즈에 찍어서 먹는 음식이었다.
나는 워낙 치즈와 크림소스 스파게티 등 느끼한 것을 좋아하기에 치즈 퐁듀는 입맛에 잘 맞았다.
그 날도 역시 테이블 한 쪽에 놓여진 피클은 손도 대지 않았다.
피클을 나는 잘 먹지 않는다. 느끼함을 없애 버리는 고약한 녀석이기에.
피클을 먹는 경우는 느끼해서가 아니라, 음식 자체가 맛이 없는 경우다.
와인, 치즈 퐁듀와 함께 주문한 바베큐 정식도 아주 소량의 음식이었다.
첫 맛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먹다 보니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키위처럼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나는 대화가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스위스의 겨울에 온 듯한 산장같은 카페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일주일에 한 번 즈음은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누려야겠다.
#4. 친한 형의 책 출간
삼성역에서 만난 형은 가슴에 큰 상자 하나를 안고 있었다. 뭐지?
내게 가까이 오면서 건네는 형의 말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 나왔다. "형, 책 나왔어."
와, 드디어 나왔네요. 축하해요. 형.
오랫동안 공들여 번역했고, 게다가 (번역이긴 하지만) 형의 첫 책이라 나의 감회도 새로웠다.
형의 사무실로 책이 배송된 그 날은 연구원 몇이서 모여 형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다음 주 출간 예정이었던 책이 조금 일찍, 바로 모이기로 한 그 날에 도착한 것이다.
지하철에서 형의 출간 소감을 물어보기도 하고 책을 들고 있는 형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나는 책의 표지 앞 뒤를 신기한듯 만져 보기도 하고 쳐다 보기도 하고 내용 한 두 장을 훑어 보기도 했다.
형, 이 책이 형에게 주는 의미는 뭐예요?
형은 대답했다.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만 적지는 않으련다.
그것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의 의미를 찾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리라.
형은 큰 성취 하나를 끝냈고, 이제 곧 다음 작품을 위해 전진하시리라.
집으로 이동하는 내내 형은 기쁨으로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고, 나도 기쁨에 들떠 있었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칠 만큼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집에서는 형수님이 삽겹살 파티를 준비해 주시어 숨쉴 틈이 없을 만큼 뱃속을 채워 넣었고,
식사 후에는 다음 주 책의 출간을 미리 축하하려고 준비한 조촐한 파티를 했다.
형은 말했다. "이렇게 (촛불을 켜고 축하)해 주니 책이 정말 나온 것 같다"고.
우리도 느꼈다. 함께 축하하고 나니 기쁨이 배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나는 준비해 간 와인을 놓고 왔다. 그 땐 괜찮았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와인 맛을 못 봐서 아쉽네. 호호.
사실 와인 맛이 아쉬운 게 아니라, 짠~ 하고 잔을 부딪치지 못한 게 아쉬운 게다.
오늘 아침, 인터넷 서점에 가서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라는 책을 검색해 보았다.
아, 아니네. '신종윤'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했었구나. 그랬더니 앞서 말한 중후한 제목의 책이 떴다.
제목만큼이나 책의 분량도 묵직하다. 56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형이 번역했다니.
책은 웨인 다이어라는 인기 작가가 '노자'의 지혜를 빌어 쓴 자기경영서다. (인문서라고 해야 하나?)
나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광고하거나 은근슬쩍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 마시라.
보보는 그저 나의 행복했던 지난 주 일상을 곱씹고 있는 중이다. 하하. ^^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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