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K는 중고 믹서기를 2만원에 팔았다. 물건을 건네며 K가 말했다. “날이 여전히 날카로워서 어떤 과일이나 채소도 곱게 잘 갈려요.” 물건을 구매한 사람은 자신의 기대만큼 날이 날카롭지는 않음을, 이튿날 당근을 갈면서 알았다. 갈리긴 갈렸고, 불편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찾아든 것은 뚜껑이었다. 흘림 방지용 고무패킹이 조금 헐거웠다. 믹서기 용기를 거꾸로 뒤집으니 내용물의 수분이 약간씩 새어나왔다. 믹서기를 뒤집어 사용할 일은 없지만, 조금은 불만족스러웠다. 환불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세하고 정확한 공지의 중요성을 느꼈다. 다른 중고 매매자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로 전화하는 일은 없었다. 상대에게 폐를 끼치거나 갈등이 일어날 만한 일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