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20분.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을 먹은 후, 친구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12시 50분 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4시간 30분이 지난 게다.
중간에 전화 몇 통화 한 것을 제외하면 온전히 일만 했다.
이 즈음 되면, 몸이 꽈배기가 된다. 베베 꼬여 쉬어줘야 한다.
블로그를 열어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무작정 여기까지 썼다.
자, 이제 무얼 하나?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이어폰을 꽂아 나만의 음악 세계로 빠져들면 좋을 텐데... 이어폰이 없다.
아쉬움을 안고, <Can you stop the rain> 연주곡을 듣는다.
아버님이 편찮으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친한 친구랑 통화해서 소식을 나누기도 했다. 이 통화는 좀 길었다.
하는 사업이 힘든가 보다. 녀석의 힘겨운 이야기...
마지막으로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어제, 동생 용돈 보내면서 할머니께도 5만원을 보내 드렸다.
- 할머니 석입니다. 뭐 하세요?
- 덥제? 날씨가 더워서 고생 많을끼다.
- 내일이 중복인데, 친구 분이랑 삼계탕이라도 드세요.
제가 어제 5만원 보내 드렸는데, 그걸로 사 드세요.
8월이 되면 또 용돈 보낼 테니 5만원은 그렇게 쓰세요.
- 챙겨 줘서 고맙다. 안 그래도 어제 정우 생일이라
저녁 먹는다는데, 나는 귀찮아서 그냥 집에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 가고, 전화를 끊을 무렵 잠시 고민한다.
오늘이 엄마 생일인데, 이야기 드릴까 말까?
- 할머니, 오늘이 엄마 생일입니다.
6월 17일이 엄마 생일이고, 9월 17일이 할머니 생일 아닙니까?
- 맞다. 그래. 날짜가 같고 달만 다르제.
며칠 전에 어마이 생일 다가오네,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이네.
- 할머니, 여름 지나고 10월 즈음에 엄마한테 한 번 갑시다.
저도 시간 내서 내려갈께요.
- 그래, 한 번 가자. 어마이 보고 싶네.
괜찮다가, "보고 싶다"는 말씀에 울컥 했다.
이어지는 말씀에 겨우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목이 메이는 것을 들키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어느 가을 날, 외할머니와 나는 청도 인근의 묘를 찾겠지.
한 사람은 보고 싶은 딸을 만나러 간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나러 간 것이고.
엄마가 살아 계시면,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
이 질문에 갑자기 흐뭇해진다. 상상이지만, 행복하네.
슬프지 않다. 아주 가끔씩 그리울 뿐이다.
휴식 시간은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한 10여 분 쉬려던 것이 50분이 훌쩍 지나고,
할머니와 엄마 생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꼭 인생 같다.
7시 저녁 식사 약속까지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하나의 일을 더 마무리하고 나서자. 오늘 하루도 끝까지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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