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친구 박상욱은 배우 현빈을 좋아했다. 어느 날, 일곱 살배기 큰 딸에게 말했다. “아빤 이제 현빈 할란다.” “응? 현빈이 누구야?” “진짜 멋있는 배우, 현빈이라고 있어.” “그럼, 아빠는 박현빈이야?” 딸아이가 성을 붙일 줄이야! 현빈과 박현빈을 모르는 딸 앞에서, 친구는 한참을 웃었다. 얘기를 전해들은 나도 폭소를 터트렸고.
#. 그 날, 나는 소개팅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와 통화했다. “어땠냐?” “응. 말은 조금 통했는데 전반적으로 별로였어. 다시 만나고 싶진 않네.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니까 됐고, 다른 점은?” 나는 웃음보가 터졌다. 밤이 깊어가는 골목길에서, 매우 유쾌하게 웃었다. 녀석의 유모는 종종 내 하루를 위무했다.
#. 학창시절, 나는 유치했다. 친구와 둘이서 책가방을 메고 걸을 때면, 나는 종종 친구 등 뒤로 팔을 뻗어 친구의 반대편 어깨를 툭 쳤다. 주변에는 사람들도, 어깨에 걸릴만한 나뭇가지도 없었다. 범인은 명백했다. 나의 장난에 친구는 희극 배우가 되곤 했다. 잽싸게 뒤를 돌아보더니, 자세를 조금 낮추었다. 마치 무인이 결투를 준비하는 자세로 눈에 힘을 주고서는, 허공에다 외쳤다. “누구야?” 나는 또 웃을 수 밖에.
올 해와 7년 전 그리고 20여 년 전 이야기다.
오늘 나는, 친구의 유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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