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휴식 같은 친구>
내 좋은 여자 친구는 가끔씩 나를
보며 얘길 해 달라 졸라대고는 하지
남자들만의 우정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며 말해 달라지
그럴 땐 난 가만히 혼자서 웃고 있다가
너의 얼굴 떠올라 또 한 번 웃지
언젠지 난 어둔 밤길을 달려 불이 꺼진
너의 창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가
네 옆에 그냥 누워만 있었지
아무 말도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어
한참 후에 일어나 너에게 얘길 했었지
너의 얼굴을 보면 편해진다고
나의 취한 두 눈은 기쁘게 웃고 있었지
그런 나를 보면서 너도 웃었지
너는 언제나 나에게 휴식이 되어준 친구였고
또 괴로웠을 때면 나에게 해답을 보여줬어
나 한 번도 말은 안 했지만 너 혹시 알고 있니
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 <휴식같은 친구> 들어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zG0LQ6mXuTE
#. <휴식 같은 노래>는 녀석이 떠오르는 노래다. 스무 살 무렵부터, 욱이는 내게 ‘휴식 같은 친구’였다. 난 편안한 이와 있으면 곧잘 노래를 흥얼거린다. 새로 사귄 여자 친구와 나들이를 갈 때,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노랫말을 들려주고 녀석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이런 친구가 있음을!
항상 내게 든든한 기분을 안겨 주었던 노래인데, 이젠 나를 슬프게 하는 노래가 되었다. 자랑거리 하나가 사라져서가 아니다. 여전히 녀석과의 추억은 내 인생의 자랑거리다. 그 자랑이 더 이상 현재진행형이 아니라는 것이, 나는 슬프다. 이제 다시는 녀석과 술을 마실 수가 없고,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 부를 수가 없다. 결코 다시 만날 수 없다. 가슴이 미어진다.
#. 카페였나, 술집이었나? 친구와 나는 창밖이 내려다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말없이 바깥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9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기억한다. 말이 없어도 편안했고, 대화 없이도 마음을 주고받았던 시간이었다. <휴식 같은 친구>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와의 추억이다. 녀석과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욱아, 그때 기억하지?’
#. 지난 주말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했다.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셨다. 이리 자주 마신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요즘 내 슬픔을 달래주는 건 글쓰기와 술이다.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슬픔이 가시려나? 점점 익숙해지려나? 시간은 훌륭한 치유자이니, 그를 믿을 수밖에! 그저 아침 태양이 뜨고 하루가 저무는 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오늘 혼자 있으려니, 계속 눈물이 났다. 혼자 있어서가 아니라,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다. 방에서 엉엉 울었다. 힘에 버거운 물건을 들고 가는 사람마냥,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방바닥에 앉아 꺼어꺼어 울었고, 방 안을 서성대며 입을 틀어막고도 울었다. 세상 어디를 가도 녀석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못 견디게 한다. 이리 슬픔이 클 줄을,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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