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별일은 없어. 그냥, 슬퍼서.

카잔 2014. 7. 9. 22:35

 

슬퍼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카페에 잘 앉아 있다가,

동생에게 용돈을 보내고서,

운전 하다 만난 석양에,

 

울컥 치미는 슬픔

불쑥 쏟아지는 눈물

 

홀로 가눌 길 없어

전화로 친구를 찾는다.

“……”

석아, 석아! 무슨 일 있나?

 

“슬퍼서.”

힘겹게 대답하고서 다시 흐느낀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는데,

그것은 또한 삶이

한없이 슬픈 까닭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이 슬픔에도 익숙해지겠지.

그 날이 너무 멀지 않기를.

억지로 앞당기지도 말기를.

 

 

#. 친구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오늘 아침엔 6월 이전의 날들이 떠올랐다. 6월엔 정말 최선과 정성을 다했지만, 그 이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친구가 온전히 말을 할 수 있었던 그 때, 그럭저럭 함께 다닐 수 있었던 그 때에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밀려왔다. 녀석이 우울해할 때, 한 번이라도 더 대구에 내려갔어야 했는데... ‘친구야, 미안하다. 병세가 짙어지기 전에, 6월처럼 너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 나는 삼덕 초등학교와 대구 협성고등학교를 다녔다. 경북대를 다녔고, 한국리더십센터로 첫 직장을 다녔다. 이러한 사실들이 내 삶의 일부이듯, 친구는 내 삶의 일부였다. 녀석도 삼덕 초등학교와 협성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리고 경북대학교를 나와 함께 다녔다. 직장은 달랐지만, 우리는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녀석을 삶의 전부라 생각하며 매일같이 울고 일상에 소홀할 생각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도 삶의 전부일 순 없다.) 하지만 내 삶의 일부였던 이와의 추억을, 슬프고 아프다는 이유로, 덮어두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녀석을 추억하고 친구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로 했다. 뜻 깊은 물건들, 추억의 장소들, 특별했던 사건들을. 그리고 우정이라는 가치를.

 

#. 슬퍼서, 저녁 시간을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려는 처방이었다. 헤이리로 향하던 중, 평택에 사는 친구에게 갈까를 두고 고민했다. 다음 주 즈음 친구에게 가고, 오늘은 혼자 있기로 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주로 혼자 있기를 선택했다는 생각에 이르자, 이것도 내 성향이겠구나 싶었다. 평택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출장으로 구미에 갔단다. 전화기 너머로 친구를 붙들고서, 나는 울었다.

 

슬픔을 당한 이들에겐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애도 기간과 시기는 서로들 다르다. 어떤 이는 어제 울고, 다른 이는 내일 운다. 누군가는 열흘이 필요하고 다른 이는 백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슬픔 나누는 일도 쉽지 않다. 운전을 하며 ‘세상에서 녀석을 가장 사랑할 사람에게 전화를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의 형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광덕사(친구가 안치된 절)에 갔다가 어무이를 만나는 중이란다. 형님의 하루도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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