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지다

카잔 2014. 7. 7. 23:59

 

#. 7월 5일 토요일 17시 정각, 병원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하기 직전, 친구는 진정제를 맞았다. 금요일부터 꼬박 하루 동안 의식이 깨어 있었던 친구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서부터 고통이 심해졌다. 그럴 때엔 진정제 없이 고통을 견디기 힘들다. 친구가 진정제를 맞는다는 것은 고통을 경감시키는 대신에 사람들과 대면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친구 아내는 최대한 진정제를 늦게 맞게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자기 남편이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대면하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 친구는 이제 막 진정제를 맞고 잠들었다. 의식을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 제수씨가 말했다. “미안해요. 5시에 오는 줄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깨어 있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실로 아쉬웠지만, 그녀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괜찮아, 또 기회가 오겠지.” 하지만 밤 9시까지 친구는 일어나지 못했다.

 

#. 이튿날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30분이었다. 친구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아침이면 컨디션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일어나자마자 온 것인데... 안타깝게도 오전 내내 친구는 혼수상태였다. 점심 무렵, 제수씨가 “좀 깨워 봐요”라고 한다. 시간차를 두고 두 번 어깨를 심하게 흔들며 깨워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오후 4시 즈음, 나는 잠시 병원 근처로 나갔다. 한 시간 남짓이 지난 시각, 친구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석아, 병원으로 좀 올래?” 형도, 나도 친구 상태가 어떠한지 알고 있다. 전화를 끊자마자 부리나케 달렸다. 임종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서 7분이 지나, 병원에 도착했다.

 

#. 다급하게 병실에 들어섰다. 형님과 제수씨가 침대 좌우에서 친구를 붙들고 있었고, 녀석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친구의 검지로부터 연결된 기계는 심장박동수가 76이고 산소포화도가 93이라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주었다. TV에서 그토록 자주 보았던 기계였다. 화면 속 움직임은 상하로 날카롭게 오르고 내림을 반복해야 할 텐데, 완만한 곡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곡선은 점점 더 완만해졌다. 저것이 일직선이 되고 ‘삐-----’ 쏘리가 나면 친구는 세상을 떠난다는 말인가? 친구가 호흡하는 모습과 기계의 화면을, 자꾸만 번갈아 쳐다보았다. 제수씨는 친구의 손목과 목 언저리를 번갈아 눌러가며 맥박을 찾아댔다. 그 시각, 친구의 첫째 딸 수영이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 7월 6일 일요일 18시 58분. 친구가 호흡을 멈췄다. 친구 머리맡에 있었던 나는, 녀석의 생애 마지막 두 시간 내내 호흡을 지켜보았다. 숨을 멈추고서 잠시 후 제수씨가 내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숨 멈췄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던가, “그래”라고 대답했던가. 이내 가족들의 눈물과 통곡이 터졌다. 친구가 이생과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린 순간을 전후로 3~4시간 동안, 나는 절망, 분노, 슬픔, 고통을 모두 느꼈다. 어떤 절망을, 왜 분노를, 어느 정도의 슬픔을, 무슨 고통을 느꼈는지를 여기에 적을 순 없다. 그저 가슴에 묻는다. 친구와 함께.

 

#. 마지막 2~3분 동안의 숨은, ‘마지막 숨’이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었다. 들숨과 날숨이 너무나 짧아 친구는 본능적으로 아래턱을 들썩임으로 자신의 생명을 위해 필요한 산소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여의치가 않아 보였다. 들숨 날숨의 호흡이 짧아졌고 주기는 뜸해졌다. 8초를 간격으로 쉬던 숨이 10초 이상이 되더니 결국 멈춰 버렸다. 그리고 20여분 후, 심장도 멈췄다. 내 눈 앞, 바로 10cm 앞에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을 만졌다. 귀에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가라, 욱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 결국 친구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못했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했지만, 정작 “친구여, 잘 가시게”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의식이 있던 친구를 만난 것은 2주 전이었다. 그 사이에도 네 번 면회를 왔지만 모두 친구가 간성혼수인 상태여서, 녀석은 내가 왔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다음 주에 보자” 하는 정도의 인사가 녀석과의 마지막 대면이었던 것 같다. (메모한 것이 있지만, 나중에 찾아보련다.) 그때의 대면이... 마지막 만남이 될지 몰랐기 때문일까, 나는 한 번 더 만나 친구와 따뜻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몹시 원통하다. 가슴이 미어진다. 소용없는 일이지만, 여기에서 한 마디를 쓴다. “친구여, 잘 가렴.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게. 8개월 동안 고생했다. 그리고 고맙다. 우리들의 친구가 되어 주어서.”

 

* 7월 11일 아침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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