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끼적이는 순간마다

일상을 끼적이는

순간마다

 

펄떡이는 심장

가슴에 품고

내가 살아 있음을

 

사지를 힘차게 놀리며

지금 여기에

살고 있음을

 

오감으로

확인한다

 

충만히 느껴지는

생동감은

 

끼적임 덕분일까

성찰의 저력일까

 

 

1.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났으니, 이제 긴 업무시간을 즐길 때가 되었구나. 오늘을 맞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월요일 오전에 서울에 도착했고, 이후에도 약속이 두 개나 있었다. 오늘(화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조용한 일상이 시작된 셈. 아! 얼마나 고대했던 혼자만의 시간인가. (고대함은 내가 홀로 있기를 즐기는 성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근 일주일 동안 홀로 보낸 시간이 극히 적었던 탓이 더 크다.)

 

하루 종일 일했다. 미뤄왔던 GLA START 일정을 공지하고, 몇 개의 메일에 회신했다. 글쓰기 3월 수업을 위한 준비도 진척시켰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데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 하루종일 부산을 떨었는데 생각보다 처리한 업무가 많진 않았다. 작업실 정리정돈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쌓인 먼지를 훔쳐내고, 재활용 분리수거 등의 일이 많았다.

 

2.

먼지는 놀랍다. 놈들의 차곡차곡 쌓이는 꾸준함은 위대할 정도다.

얼마 전 와우들이랑 카톡하며, 먼지 단상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먼지, 나는 그 놈들의 용기가 부러워.

걔들은 아무 데나 앉아. 자기가 앉을 곳인지는 안중에도 없어.

 

먼지의 성실은 또 얼마나 대단해.

부지런히 쌓이고, 구석구석 쏘다녀. 놀라운 녀석들.

 

사교성은 또 얼마나 뛰어난지.

항상 친구들이랑 붙어다녀. 둘이 모여서 재밌다 싶으면

소문이 나는지 곧 다른 친구들도 모여들고.

 

녀석들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따로 있지.

자유야. 햇빛을 받으며 찬란히 공기 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그 자유란..!

 

놀라운 먼지들...

우리는 세상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도 배우고 감탄하자. 

 

먼지보다 대단한 우리의 엄마들...

세상 모든 엄마들의 성실함을 생각하며, 우리네 엄마에게 감사하자.

 

오, 감사한지고. 어머니들이여.
오, 놀라운지고. 세상 만사여.

 

3. 

오늘 새벽에 주문한 책이 오후에 배달되었다.

놀라운 세상의 연속이다. 

 

피에르 아술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밀란 쿤데라 『이별의 왈츠』

이종인 옮김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표만석 PD  『KBS 동의보감』

 

4.

운전을 많이해서인지 등이 뻐근하다. 저녁에 시간이 되면 마사지나 받을까 싶지만, 이래 놓고선 실제로 갔던 적은 거의 없다. 중요한 일이라면, '시간이 되면'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행해야 한다. 하지만 긴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하염없이 미루고 만다. 그렇게 해서, 나의 영어 실력은 여전히 형편 없고, 몸매는 아름다움과 점점 멀어진다. 소중한 일을 먼저 하라. 요즘 주력하고 있는 자기경영의 메시지다. 긴급하지 않더라도 소중하다면 행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경영의 정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