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에 걸친 인문수업 START 과정을, 어제 마쳤습니다. <인문학 공부,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부제로 한 수업이었죠. 2년 동안 음지에서 진행하던 수업을, 올해는 블로그에 공지한 것이 제게는 큰 변화였습니다. 열정적인 참가자 분들을 만난 덕분에 4주 동안 즐겁게 수업을 했네요. "선생님, 행복하게 강연하는 모습, 오랜만이네요"라고 말했던 와우들도 여럿이었고요. (4주 동안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지막 수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둡니다.
1.
어떻게 사고력을 키울까. 이것이 인문 소양에 대해 강의하는 선생으로서의 가장 큰 화두였다. 실용적 독서에 대해 강연할 때, 어떻게 실천력을 키울까를 고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도약은 실천하는 독자와 실용서의 만남으로 탄생하고, 깊이는 사유하는 독자와 인문서의 만남으로 창조되리라. 결국, 변화는 독자의 몫이다.
2.
인문주의를 추구하는 독서가라면, 자신의 관점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익히기 위해 책을 읽는다. 관점에 충격을 가하는 책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한다. 지적 충격은 짜릿하지만 관점의 충격은 어질하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독자들은 관점의 충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인문 소양은 예술을 통해서도 함양된다. 콘서트나 연주회 또는 미술관을 관람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술문화를 고급이라고, 대중문화를 저급이라고 보는 시각은 편협한 관점이다. 예술문화에도 저급한 관점이 존재하고, 대중문화에서도 고급한 관점이 존재하니까.
수업을 마치고서 느낀 점도 갈무리해 둡니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 책 소개는 더욱 신중해야겠다. 다수의 책 소개는 부담감을 주기 십상이니까. 선생으로서는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책만을 읽으라는 의도였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공부할 분량의 압박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음을 느꼈다. 수업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책을 심도 있게 다루는 쪽이 유익하기도 하겠다.
- 인문학의 유용함에 대해 꽤나 고민한 것이 강연 진행에 도움이 많이 됐다. 인문학을 실용적이라고 과대 선전하지 않고, 인문학이 무용하다고 무력하게 낙담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관건은 인문학의 저력을 '어떻게 전달할까'였는데, 인문학의 본질만으로도 설득할 자신이 생겼다. 큰 수확이다.
- 3월부터 문사철 식견을 위한 얼개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업이 이어진다. (문학 8주, 역사 8주, 철학 8주) 연말에 많은 수업을 들은 이들과 '인문주의의 밤' 송년회를 열어야겠다는 설레는 계획도 생각했다. 그들과 내년에는 고전 원전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이어져도 좋겠다는 생각도. ^^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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