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좀 추레해요"라는 말을 듣고서

카잔 2010. 3. 22. 10:48


오늘은 20대 후반에 입었던 양복을 꺼내 입었다.
최근 3~4년 간 한 두 번 정도 입었으려나.
기억하기로는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 같다.
군 제대 후 복직하면서 구입한 것이니, 5년 전의 일이다.
옷을 입는 동안 몇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여자 친구와 함께 구입했던 추억, 친절했던 양복점 주인 아저씨 등.

헉. 사이즈가 조금 큰 듯 하다.  
재작년부터 구입한 두 벌의 양복은 몸에 꼭 맞춘 것이지만,
당시엔 옷을 좀 여유있게 입던 때였다.
살이 좀 빠지기도 했다. (부러워마시라. 나는 살찌고 싶은 사람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신발이든 옷이든 실제 사이즈보다 조금 넉넉하게 입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 바뀌었다. Fit 하게 입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은... 나에 관한 진실에 직면하면서부터다.
2008년, 나는 OO경제연구소에서 동영상 강연을 찍었다.
7분~10분 정도의 미니 강연을 20회 연재물로 촬영했다.
동영상 촬영이니 당연히 내가 갖고 있는 양복 중
가장 빛깔 좋은 놈으로 골라서 입고 갔었다.
촬영이 끝난 며칠 후, 이메일로 받은 영상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내 모습은 아버지 양복을 입은 아들 같았다.
앉아서 강연을 했으니 양복이 더욱 크게 보였다.
몰랐었다. 내가 그런 스타일로 입고 다니는 줄.
이후, 난 조금 불편하더라도 꼭 맞는 사이즈를 구입했다.
한동안은 한 치수 작은 옷을 고집하기도 했다. 허허.
그 때 입었던 헐렁한(^^) 양복은 눈 딱 감고 덩치 좋은 친구놈에게 선물했다.

빛깔이 좋아 구입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았으니
선물하기를 잘 했다. 다행히도 친구 녀석에게 사이즈가 꼭 맞았다. 
그 때 이후 구입한 양복들이 나에게 딱 맞았던 것은
그 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일면을 동영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성장하고 싶은 열망과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약간의 용기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진실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식사를 함께 하던 와우팀원의 스타일이 멋졌다.
"너, 오늘 예쁘게 입었네. 직장 갈 때의 모습은 커리어 우먼인 걸."
깔끔하고 세련된 그의 스타일에 나의 진심을 전한 것이다.
그도 화답해 주었다. "팀장님도 멋지세요."
기분은 좋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진심을 전했다.
"너 그렇게 말하면 네 말에 신뢰가 떨어지는 거다. 진실을 얘기해야지."

"좀 추레한데 그래도 젊어 보여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튀어 나온 말에 놀라진 않았다.
캐묻기 전에는 누구나 진실과는 조금씩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 이게 내가 듣고 싶은 진실이었다. 하하하!
추레하다?, 이건 뭐 추리력이 좋다는 말은 아니겠지.
내 모습을 슬쩍 훑어 보았다. 내가 보기에도 추레하긴 했다.

추레하다의 뜻에 대해 다른 팀원에게 물었다.
좋은 뜻은 전혀 없다는 답을 들었다.
비슷한 전문용어로 '후줄근하다'라는 말도 들려 주었다.
그 이후, 좀 더 복장에 신경을 썼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고치고 싶은 대목의 진실이었더라면 행동이 바뀌었을 것이다.
복장에 대한 생각을 바꾸긴 했다. '지금보다는 좀 더 옷 입는 것에 신경써야지'라고.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불쾌하고 당황스럽지만
자신에 대한 진짜 지식을 갖게 되어 성장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지나가는 모든 행인들에게
"저기요. 조금 추레하신데요." 라고 진실을 전하면 큰일난다.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기 쉬운 영역이 다르기 마련이고
저마다 성장의 속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모든 진실을 끌어 모은다고 해서
자기 경영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성장하고 있는 우리는 얼마 간의 착각과 자기 합리화가 필요한 존재니까.
그래도 2010년에는 나에 대한 진실의 조각을 하나 둘씩 모아 볼 계획이다.
첫째로는 나의 복장과 스타일에 대한 것이고
둘째로는 와우팀의 리더로서의 영향력에 대한 것이다.

헉, 조금 두렵긴 하다.
그래도 도전해 보자. '간지'를 갈망하며... ^^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