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요즘 김연아라고. 그 녀석 하는 것 보니 기분 좋두만.
나도 기분 좋아. 경희대에서 연락이 왔어.
(더 큰 목소리로)아니, 김연아 올림픽 스케이트 선수 말야.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어?
(쩌렁쩌렁하게) 아니, 김연아가 어제 1등했잖우.
아, 그렇지. 나도 어제 봤어.
카페에서 여든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의 대화다.
저만치 떨어진 곳이었는데, 내가 있는 곳에서도 다 드릴 만큼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기본적으로 컸다.
나도 봤다. 김연아 선수의 쇼트 경기.
김연아의 경기는 환상적이었다. 경기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김연아의 예술을 보기 위해 여행 출발을 미룬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
나는 일찌감치 TV 앞에 앉았다. 한국의 곽민정 선수 경기도 보았다.
가녀린 모습의 소녀는 실수없이 잘 해 냈다. 올림픽 첫 무대인데,
해설자가 참 잘했다고 설명한다. 그런가 보다 한다.
53.16 점을 받았다. 곽민정은 2위에 올랐네. 대단한 것이구나, 한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소녀는 인터뷰에서 말도 잘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떨렸어요.
큰 실수 없이 잘 했지만 아직도 떨리네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섰는데,
이 한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아사다 마오가 나왔다. 김연아와 마오 모두,
국민들의 부담과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전했을 것이다.
연아씨 마오씨. 부담은 반반 나눠 가지시게.
먼저 등장한 마오씨. 멋진 경기 펼쳐 주시게.
나는 당신이 넘어지지 않기를, 작은 실수조차 하지 않기를 바란다네.
약하다는 점프를 아주 성공적으로 해내길 기원한다네.
아사다 마오의 경기가 끝났다. 좋았다. 전율이 일었다.
끝나고 만족해 하는 모습과 링크 밖을 나와 코치와 끌어안는 모습,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저런 표정을 지으며 살아야 하는데...
점수가 발표됐다. 쇼트 프로그램 본인의 올해 최고 점수를 받았다. 73.78점이다.
이제 김연아다.
그래, 라이벌의 실수가 아닌 라이벌의 최고 실력을 넘어설 때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이다. 연아 씨~! 잘 해.
제임스 본드 메들리에 맞춰 시작된 김연아.
나는 놀랐다. (사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제대로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연아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운동 선수가 아니라 예술가 같았다.
스피드는 어찌나 빠른지. 3회전 연속으로 성공한 김연아의 표정과 포즈는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쇼트 프로그램, 직선 코스에서 보여 주었던 스텝과 포즈는
자신감이 넘쳤고, 음악과 온전한 조화를 이루었다.
2분 48초가 끝나고 당당한 표정으로 마무리한 김연아. 최고다. 자랑스럽다.
해설자는 다시 보여주는 김연아의 트리플 점프 슬로우 모션을 보며
"품격이 다르죠"라고 해설했다. 정말 그랬다.
점수 발표.... 78.50 점. 쇼트 세계 최고 기록 경신이란다.
와~!
김연아는 바다 건너 여든의 할아버지들에게도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
자신을 넘어서는 사람들, 자신의 신화를 창조해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전한다.
그들의 첫째 목적이 세상에 기쁨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향해 열심히 훈련하는 사람들,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사람들,
성장을 갈망하며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
이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